2010. 9. 24. 00:15

주일학교에서 단체로 본 영화.
극장 하나를 통째 빌려서 우리끼리 본 영화.

애니메이션.
인형이야기.

울집에도 오래된 인형들이 많이 있다.
얼마전 딸애방 정리하다 침대머리에 죽 둘러져있는 다 낡아빠진 인형들을 보곤
이제 그만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멀쩡한게 하나도 없다.뜯어져서 솜이 삐져나온것들.다 헤진 것들.여러번 꿰맨데 또 뜯어진것.
곰돌이 하마 토끼.. 이런것들..

알바하고 돌아온 아이한테 이제 그만 네방 인형들좀 버리는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예상외로 펄쩍뛴다.
난 [글쎄]하는 정도만 생각했는데 뜻밖의 반응에 내심 놀랐다.

"엄마!내가 하마 만드느냐고 얼마나 고생했는데..그리고 곰돌인 절대 안돼!!!"
난 하마가 아이가 직접 만든건지도 몰랐다.
" 다 나한텐 소중하단 말이야!!! 다 추억이 있어."
'........................................'
난 한마디도 더 보태지 못하고 그래,알았다... 라고만 했다.

무엇이든 추억이 함께 할땐 소중한것이지....
몇년전 아이가 먼저 나서서 정리했던,상태양호해서 다른아이 가져다준 인형들은 추억이 없던 인형들이다.
그래서 쉽게 놓을수 있었던 인형들..
내가 사주었던 파란 곰돌이는 나도 버리지는 못할것 같다.
나의 추억도 함께 하니 말이다.

덩치가 커서 안방에 가져다 놓은 하얀 곰돌이는 아이가 [테디베어]만드는 수업시간에 만든건데
팔을 잘못 달아서 만세자세로 있다.
가끔씩 세탁해주고 앉혀놓았다 눕혀놓았다 하곤 한다. 눕혀놓았을땐 팔자좋구만 한마디한다.

영화속의 인형들은 살아 움직인다.
주인이 커버려 더 이상은 사랑받지 못할것을 두려워하고 ,다락방에 쓰레기통에 버려질것을 두려워한다.

인형들이 펼치는 한바탕 모험에 빠져들어 즐거워한다.
그러면서 내 안의 인형들을 떠올리곤 미안해지기도 무안해지기도 한다.

우리 인생들도 언젠가는 버려질날이 올까봐 쓸모없는 존재가 될까봐 두려워하면서 산다..












Posted by 풀빛피리